Interview

의료현장의 문제를 풀어내는 열쇠, 의료수학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의료수학센터 의료영상연구팀

의료수학은 의료기술과 현장에서의 다양한 문제를 수학을 통해 해결하는 산업수학의 영역 중 하나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올해 의료수학센터를 신설했다. 이 조직은 의료영상연구팀, 의료데이터분석연구팀, 의료수학전략연구팀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수학적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대한민국 의료분야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세 개 팀 중 의료영상연구팀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글 편집부 / 사진 김기원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의료수학,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길

2016년 3월은 전 세계인에게 특별하게 기억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대국을 치렀던 때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이 대결을 통해 눈부시게 발전한 인공지능의 위력을, 소중한 1승을 거둔 이세돌 9단의 열정을 보았다.

이 승부는 특히 수학자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 사회에는 ‘수학이 꼭 필요한가?’ 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사회 발전에 꼭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는 인식은 부족했다. 이 생각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었던 게 바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었다.

“머신러닝, 딥러닝과 같은 기술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증폭됐죠. 이 분야를 잘 다룰 수 있는 수학자들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많아졌고요. 그러다보니까 수학을 통해 의료기술 및 의료현장의 난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가 점점 늘기 시작했어요. 의료수학이라는 분야가 아직 안착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요. 현재 굉장히 가파른 경사를 오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전기완 선임연구원)

함께 연구할 파트너가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

의료영상연구팀은 ‘바이오 의료영상 컴퓨팅에 대한 수리적 모델링과 해석연구’라는 과제 아래, CT, 초음파 전기 임피던스 단층촬영 등 의료영상 복원기법 연구(저선량 CT 영상 복원 기법, 금속 인공물 보정, 초음파 영상으로부터 심실 경계 복원), 복원된 의료영상으로부터 분석 연구(두부계측, 협착의 정량적 측정, DDH(발육성고관절탈구) 진단 또는 판독), 인체 내 생명현상의 수리적 모델링에 대한 연구 등을 수행한다.

해당 연구들은 의료영상 측정 및 복원시간 단축을 통해 의료비를 절감하고 의료영상 화질 개선을 통한 판독 및 진단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의료영상 데이터 자동분석을 통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의료계 종사자들의 업무량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는 결국 국민들이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인지 성공적인 과제 수행을 위해 너무나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이들인데도 ‘의료분야와의 협업’을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되자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저희 팀은 주로 충남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치과대학병원을 비롯해 부산 지역에 소재한 병원 등과 협력하고 있어요. 연구소가 대전에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지방에 소재한 병원과 함께 할 기회가 많죠. 이를 통해 학술지 논문 게재, 특허 출원,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양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들과 공동연구를 할 때, 의사선생님들도 굉장히 고마워하시지만 저희들도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함께 연구를 할 파트너가 있다는 것, 함께 힘을 모아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데에 보람을 느낍니다.”
(박형석 팀장)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타 분야와의 협업은 참 즐거운 일이에요. 학위과정을 밟으며 공부할 때 ‘내가 공부하는 게 실생활에 도움이 될까?’ 생각했거든요. 이곳에서 일하며 그 생각이 싹 사라졌어요. 저희가 하는 연구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이 일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게 눈에 보이니까요. 연구자로서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이완호 선임연구원)

“모두의 건강한 삶, 수학으로 만들어가고 싶어”

의료영상연구팀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미 연구소 차원에서 의료수학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만, 연구원들에게 의료수학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의료수학이란?

“수학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자 의료현장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죠.”
(박형석 팀장)

“나의 행복이자 가족의 행복 … 더 나아가 국가와 인류의 행복입니다.”
(강성호 연구원)

“보건의료 문제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에 조금이나마 일조하는 것, 그게 의료수학이 아닐까 해요.”
(전기완 선임연구원)

“의료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더라도 그 혜택을 받는 데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있어요. 하지만 의료수학을 통해 의료기술이 개발되고 의료 서비스가 성장한다면, 의료격차를 완화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완호 선임연구원)

“의료현장에서의 난제가 수학적인 관점에서 해결되는 것이 의료수학이 아닐까 합니다.”
(유민하 선임연구원)

수학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학자들은 대부분 혼자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 다른 분야와 긴밀히 협력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열정을 쏟는다. 수학의 힘이, 수학을 통한 시선이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의료수학이라는 분야가 알려진 지 불과 몇 개월. 하지만 의료영상연구팀이 보여주는 수학자들의 진심과 열정으로 의료수학이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게 꽃피우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