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2

우리의 공동연구가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국가수리과학연구소 &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의료영상연구팀 전기완, 강성호 연구원은 작년부터 아주 의미 있는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상휘 교수와 함께 ‘구강악안면 수술을 위해서 필요한 두부계측 자동화 기술과 가상수술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상휘 교수는 발달장애나 사고, 질병 등으로 인한 안면 기형 환자들이 수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수술을 위해서는 두부계측분석용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인데, 기존에 사용하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문제가 생겼다. 이에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협력하게 됐다.

뼈저리게 통감한 의료용 소프트웨어 국산화 문제

이상휘 교수는 오랜 시간 동안 벨기에의 기업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었다. 2년 전, 해당 소프트웨어의 판권이 타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상황이 안 좋아졌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라이선스로는 해당 소프트웨어 사용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이를 대체할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절실해졌다.

이 공동연구가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기술독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는 데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의료용 소프트웨어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이 엄청나 환자의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구매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의 활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 의료진의 만족도를 충족하는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번 공동연구는 소프트웨어의 기술자립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리는 정기적인 연구미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임상 전문의의 의료 활동 전주기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전기완 선임연구원)

빈틈없는 수술계획부터 정확한 결과예측까지

두부계측분석은 교정 및 구강악안면 수술과 같은 치과치료 전반에 필수적이다.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서도, 수술이나 시술을 위해 모의수술을 할 때, 수술이나 시술 후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치료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부계측분석은 두부 기준점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기존에는 2차원 영상(X선 투사영상(Projection Image))을 통해 두개골 및 구강악안면의 특징점을 찾아 특징점 간 거리 및 각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질환 또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 비대칭이 심할 경우에는 비대칭의 원인 및 해부학적 변화를 알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3차원 단층촬영영상(CT, Computed Tomograph)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좀더 수월하게 3차원 영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마저도 속 시원한 해결책은 아니다. 이 방법으로 특징점을 찾으려면 난도 높은 의료지식 숙련도 및 경험이 수반되어야 한다.

“3차원 영상을 통한 두부계측분석의 난관은 임상 전문의가 직접 수십~수백여 개의 특징점을 찾아 표시해야 한다는 데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점 또는 벡터, 평면을 만들어 그것들 간의 거리, 각도, 비율 등을 계산하죠. 단순하게 생각해도 2차원 영상을 통한 두부계측분석보다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는 숙련된 전문의가 하기에도 시간 집약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이라 어려움이 많죠. 때문에 의료현장에는 늘 두부 기준점을 자동으로 찾아주고 각종 두부계측분석을 자동으로 해주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필요가 항상 있었죠. 따라서 의료현장에서 요구되는 어려움을 수학적인 모델링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전기완 선임연구원)

“그래서 저희는 머신러닝 기반의 특징점 추출 기술을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임상 전문의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수집/가공/분석했어요. 임상 전문의가 사용하는 좌표와 일반 데이터에서 사용하는 좌표를 서로 이해해가면서 데이터를 정제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기존 임상 전문의가 사용하던 상용 소프트웨어 간 폐쇄성으로 인해, 이미 기준점을 설정해놨더라도 다른 상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땐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미 수많은 연구 미팅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기 때문에 좌표 변환을 통한 표준 입출력 형식으로 바꿀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하기도 했어요.”
(강성호 연구원)

해당 연구의 후속 과제는 가상수술 시뮬레이션이다. 교정 및 구강악안면 수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꼽는다면 결과 예측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안면 기형 환자들에게는 예쁜 얼굴을 찾는 것보다도 치아와 턱관절 등의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상황이어서, 이 기술이 완성되면 안면 기형 환자들의 건강한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올해가 가기 전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이름은 바로 ‘칼론(CALON)’이다. 전기완, 강성호 연구원의 목표는 빠른 시일 내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마무리 해, 올해가 가기 전에 이상휘 교수가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기한이 올해까지이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이 사례로 하여금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기술독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으며 우리의 기술력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차곡차곡 쌓이기를 희망한다. 의료수학의 힘이 국민의 삶 속으로 천천히 그리고 탄탄하게 뻗어나가기를 바란다. 이는 결국 우리의 삶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