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1

부산에서 만난 ‘의료수학’

2019 부산의료기기전시회 의료수학 문제해결 사례공유 세미나

지난 11월 1일부터 3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2019 부산 의료기기 전시회(KIMES Busan 2019)’가 열렸다. 첨단 의료기기와 다양한 헬스케어 제품, 각종 병원설비 등에 대해 살피고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행사다. KIMES Busan은 이러한 전시 외에도 다채로운 주제를 바탕으로 한 학술대회 및 세미나를 다수 개최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도 부산광역시, 부산경제진흥원과 함께 ‘2019 의료수학 문제해결 세미나(기계학습을 이용한 의료 및 보건 분야 문제해결 사례발표)’를 진행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고심하는 사람들, 의료수학 분야에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 수학이 문제해결의 시작과 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 그래서 발표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다.

글 편집부 / 사진 손웅호

수학? 몰라도 됩니다, 일단 상담해보세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부산광역시는 올해 6월부터 끈끈하고 탄탄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의료·헬스케어 산업육성을 목표로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KIMES Busan에서 열린 2019 의료수학 문제해결 사례공유 세미나 또한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기획·진행되었다. 특히 부산 소재 의료 관련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의료수학과 의료수학 문제해결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의료현장의 문제접수·해결과정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주최 측에서 세미나 참석자를 위해 준비한 자리는 약 70여 석. 하지만 세미나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자리가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여유 공간에 급하게 새로운 자리가 마련됐지만, 그마저도 역부족일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의료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 이제 1년 남짓.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의 발표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정을 보며, 그 시간동안 의료수학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가깝게 다가갔는지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의료보건, 의료수학으로 더욱 탄탄하게

2019 의료수학 문제해결 사례공유 세미나는 두 개의 대주제로 진행됐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참여한 것은 첫 번째 대주제인 ‘기계학습을 이용한 의료 및 보건 분야의 문제해결 사례발표’다. 이 발표 외에도 세미나장 밖에서 산업 및 의료문제 접수 및 상담이 이루어졌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이 자리를 기회로 산업수학, 의료수학 관련 기관 및 기업에게 ‘문제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 더 많은 기관 및 기업이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만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기계학습 기반의 의료데이터 분석과 예측

현윤경 의료데이터분석연구팀장

현윤경 박사는 기계학습 기반 체외충격파 요로결석 쇄석술 예측모델과 기계학습을 이용한 뇌졸중 후 섬망 발생예측에 대한 충남대학교병원과의 공동연구 사례를 발표했다. 먼저 전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요로결석은 주로 신장, 요관, 방광에 발생한다. 이때 ‘체외충격파 요로결석 쇄석술’이라는 수술을 하지 않는 치료방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현재는 해당 치료를 몇 번 받아야 결석이 없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예측할 수 있는 기계학습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 모델이 실제 환자에게 적용된다면, 환자가 치료의 성공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삶의 질이 달라진다. 환자의 CT, MRI 등의 영상 데이터와 혈액검사, 소변검사 데이터를 이용해 예측모델을 만들었고, 현재 87% 정도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후자는 ‘뇌졸중 후 섬망 발생예측’ 사례다. 뇌졸중 수술 후에 많은 환자들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이유로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에 현윤경 박사는 뇌경색을 통한 섬망 발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것을 알고 싶었다. 따라서 섬망 발생 위치, 크기, 합병증 유무, 신경학적 이상, 혈액검사 등에 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예측모델을 충남대병원 연구진들과 함께 구현했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기계학습 방법론을 이용하고 있을 텐데요. 그 과정은 그저 데이터만 모은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가지고 이를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연구자들과 협업을 한다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기계학습을 이용한 구강건강도 측정

신동욱 수학원리응용팀 선임연구원

해당 과제는 2018 산업수학 문제해결 워크숍에 참석한 부산 소재 기업 ㈜큐티티의 의뢰를 받고 문제해결 과정을 수행 중인 이야기다. 해당 기업은 사용자의 구강건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목표로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증과 같은 구강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치과를 가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해당 기업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구강 사진만으로 치아우식과 치주질환을 분석, 치과 방문을 유도하고자 하고 있다. 신동욱 박사는 산업수학 문제해결 워크숍에 참여한 관련 분야 교수, 연구원, 학생들과 함께 ㈜큐티티가 기존에 사용하던 알고리즘을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SSD라는 모델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저희가 최종 목표로 설정한 모델 정확도는 90%입니다. 이 연구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올해 안에 의뢰기업에 연구결과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3. 감염병의 시공간 확산 시뮬레이션 모델의 보건의료산업적 가치

권오규 공공문제연구팀 선임연구원

대한민국은 2015년 봄 메르스 발병,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등으로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겪으며 감염병 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환경에 특화된 질병 확산 예측 시뮬레이션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권오규 박사는 무엇보다도 현실 데이터 구축에 힘을 모아 사실성 있고 유용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데이터 확보는 지역 간 인간 이동 데이터, 지리 정보 데이터, 인간 구조 데이터, 질병 발생 현황 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연구가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시뮬레이션 모델의 유용성을 검증했고 질병의 파라미터를 세팅해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단계입니다. 더불어 시뮬레이션 결과를 시각화 할 수 있는 툴을 만들어 감염병이 일자별, 공간별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에 대한 패턴을 손쉽게 살필 수 있습니다.”

4. 생체신호데이터를 이용한 심기능 예측 모델링

이완호 의료영상연구팀 선임연구원

이완호 박사의 발표 내용은 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건국대학교 수학과 연구진들과 함께 문제해결 중인 사례로, 사람의 몸에서 획득 가능한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또 다른 생체신호를 유추하는 연구이다. 이 연구는 ‘인체 내부의 모든 기관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으므로 생체신호를 나타내는 수학적 모델에 획득된 생체신호를 연계한다면 원하는 부위의 생체신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현재 대상으로 삼고 있는 생체신호는 실시간 혈압데이터로 혈류순환계의 수학적 모델을 이용하여 좌심실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인 심박출량과 박출률을 계산하고 있으며, 병원에서 임상적으로 얻어진 좌심실 지표와 비교 분석 중에 있다.

“이 연구는 앞으로 정부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내 의료헬스클러스터에서 직접적으로 활용 가능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스마트폰을 통해 생체신호데이터(특히 혈압 데이터) 정보를 얻어 수학적으로 분석한 뒤 개인 맞춤형 인체지표를 제시하고 원격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