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h Story

2-2=0 인가?

0을 쓰기 전에도 양수 1, 2, 3, …과 음수 -1, -2, -3,…을 사용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상당 기간 그 누구도 1과 -1 사이에 빈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0이 그 자리를 채우자 비로소 수가 0을 중심으로 +와 –가 대칭을 이루는 본연의 멋진 모양을 갖추었습니다.

글 최영기 교수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

안과 밖, 좌와 우, 과거와 미래, 찬성과 반대,

위의 단어들처럼 정반대의 개념을 가진 둘이 만나 서로의 뜻을 더 부각해주는 것처럼,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빛나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수학에도 그런 만남이 있습니다. 바로 양수와 음수의 만남입니다. 수가 양수의 반대어인 음수를 갖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다가 원점을 0이라고 할 때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1, +2, +3, 왼쪽으로 가는 것을 -1, -2, -3으로 나타내, 수가 원점을 중심으로 +, -의 대칭 관계를 가지면서 음수가 드디어 수학에 발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대칭성을 통해 수는 균형과 보편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대칭적인 보편성의 개념은 과학 분야와 사회과학 그리고 많은 제반 학문의 기본적인 기초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당연한 대칭성에 의문을 품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2-2=0 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2만큼 갔다가 2만큼 돌아오면 제자리입니다. 2를 얻었다 2를 잃으면 본전이고, 온도가 2도 올랐다가 2도 내리면 원래의 온도입니다. 단지 두 개에서 두 개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만을 의미할까요? 결과적으로 나온 0은 우리의 삶에서, 역사 속에서 이전의 0과 같은 자리일까요? 행동경제학자 리차드 탈러( Richard Thaler )는 실험(설문조사)을 통해 2-2=0이 심리학적으로는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는 두 가지의 경우를 제시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경우가 더 타당한지를 물었습니다.

경우 1: A 자동차의 인기가 폭발해 지금 구매 신청하여도 2개월 후에나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자동차 딜러는 이전에는 정가로 판매하였지만, 현재 정가보다 $ 200 높게 판매한다.

경우 2: A 자동차의 인기가 폭발해 지금 구매 신청하여도 2개월 후에나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자동차 딜러는 이전에는 정가보다 200불 할인해서 판매하였지만, 현재는 정가로 판매한다.

이때 독자들은 어떤 경우를 더 공정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할까요? 그 설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경우 모두 구매자는 이 전보다 $ 200을 더 주고 사는 상황인데, 사람들은 경우 1 이 더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즉, $ 200 실제 손실과 $ 200 이득 감소는 수치상으로는 200-200=0 인데, 심리상으로는 ($ 200 이득 감소) 보다 ($ 200 실제 손실) 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할증한다고 언급하기보다는, 현금을 쓰면 할인해준다고 하는 게 심리적으로 더 그럴듯하게 여겨진다는 것이죠.

1000원을 투자해서 200원을 버는 경우와 1000원을 투자해서 200원을 잃었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숫자상으로는 200(벌었을 때의 느낌)-200(잃었을 때의 기쁨)=0이므로 기쁨과 상실의 느낌이 같아야 하지만 실제 심리적으로는 잃었던 것에 대한 상실감과 공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잃은 것에 대해 느껴지는 상실감이 큰 까닭에 개인이나 기업이 뭔가에 투자할 때에도 심리적인 것이 작동하여 합리적인 투자를 어렵게 만듭니다. 탈러는 이러한 결론을 비롯하여 유사한 심리적인 불균형을 매우 정교하게 실험하여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느끼기에 양수와 음수라고 여겨지는 요소들(성공과 실패)의 결합이 우리의 삶이 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삶의 공식이 2-2=0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건을 통해 우리는 뭔가를 얻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다른 측면에서는 잃는 부분이 발생합니다. 나의 성취를 위해 노력한 결과 2만큼의 성과를 얻었다면, 그것으로 인해 2만큼 잃은 것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나 건강 등이 그렇습니다. 반대로 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으니 서러워할 일만은 아닙니다. 실패를 통해 발생하는 0은 실패 이전의 처음의 0과는 다릅니다. 그 안에서 풍성함이 있고, 가르침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라 부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철학자 라카토스는 과학뿐 아니라, 수학의 역사도 증명과 그에 대한 반박(Proofs and Refutations)에 근거한 시행착오를 통하여 성장하는, 즉 2-2가 +가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주장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