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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확산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모형 개발

무서운 전염병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되는 감염병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인간이 아닌 동물간에 감염되고 전파된다. 그러나 간혹 변종이 생겨 인간에게도 감염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으로 메르스보다 앞서 우리에게 알려졌던 것이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다.

글 권오규 선임연구원(국가수리과학연구소 공공문제연구팀)

2002년 겨울 중국에서 발생되어 수개월만에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던 신종 전염병이다. 사스를 발병시키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를 SARS-Cov라고 한다. 코로나는 왕관을 뜻하는 라틴어이다. 태양 주위에 빛나는 플라즈마 대기를 코로나라고 한다. 태양이라는 둥근 머리에 둘러진 왕관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에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곤봉 모양의 돌기가 구형의 몸체 표면 전체에 고르게 돋아나 있다. 이 모습이 태양의 코로나와 비슷하게 보여 이 바이러스의 이름이 코로나가 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흔히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면연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나타나는 호흡기 질환을 흔히 감기라고 한다. 흔히 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약 먹고 잘 쉬면 나으니 그 질환을 가볍게 생각한다. 그러나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 질병은 상당한 치사율로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한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기 때문에 정확한 치료제나 예방을 위한 백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발병율이나 치사율이 더욱 높을 수 밖에 없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의 감염 확산은 국가적 사태로까지 인식되며 우리들에게 ‘걸리면 죽는다’라는 심각한 공포감을 주었다. 2015년 우리나라의 경우 메르스에 의한 치사율은 20.4% 정도였다. 메르스에 걸리면 5명 중 1명이 죽는 것이니 정말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전염병에 대한 응전의 무기, 수학

전염병은 인류를 끊임없이 위협해왔고 영원히 정복되지 않을 것처럼 새로운 변종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전염병의 도전에 대한 응전을 지속해야 한다. 수학도 그 응전에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생물학적인 혹은 의학적인 연구를 통해 치료제나 예방 백신을 만들면서 인류는 전염병에 대응해 왔다. 한편 전염병의 중요한 특징은 발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르지만 사람들간에 널리 확산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혼자 아프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픈 것이 다른 이들을 아프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질병의 확산이라는 특징은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인 연구 범위를 넘어 문화 및 사회적인 요인을 고려해야지만 정확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전염병 확산의 과정에 대한 이해의 부분에서 수학적이고 계산적인 모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미분 방정식 형태의 수학적 모형을 만들어 시간이 지남에 따른 감염자 수의 증가와 감소를 수량적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이동과 다른 이들과 접촉하는 양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데이터에 근거하여 전염병이 시간에 따라 공간적으로 어떠한 양상으로 확산되는지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계산 모형을 만들기도 한다.

미국에 한정하여 개발된 전염병 확산을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모형으로 FluTE라는 것이 있다. 독감 즉 인플루엔자의 확산에 대한 계산 모형으로 2000년 미국 센서스 데이터에 기반한 인구 구조와 1995년 미국 여행 설문 데이터(American Travel Survey data)에 기반한 여행 패턴이 적용되었다. 밤 시간 동안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가정내에서 혹은 지역 사회에서 낮 시간 동안에는 주로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른들은 일터에서 감염 가능성의 접촉이 발생한다는 가정으로 설계되었다. 연령에 따른 접촉의 빈도와 규모를 센서스 데이터에 근거하여 적용하였다.

전 세계적인 범위의 전염병 확산 계산 모형으로는 GLEAM(Global epidemic and mobility model)이 있다. 전 세계를 25km x 25km의 격자로 나누고 각 격자에 얼마의 인구가 있는지 조사한 Gridded Population of the World and the Global Urban-Rural Mapping 프로젝트에 기반한 인구 구조와 Official Airline Guide (OAG)의 데이터로 부터 산출되는 비행기를 통한 국제적인 인간 이동량을 활용하여 설계되었다. 또한 5개 대륙의 40개 이상의 국가의 통계청에서 조사된 통근 및 통학 데이터가 지역적 규모의 인간 이동 패턴으로 활용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특정 국가에 한정한 혹은 전 세계 범위의 계산 모형을 개발하여 전염병의 확산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학문적인 연구를 수행하거나 전염병 확산을 억제하는 정책의 효용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전국 범위로 인구 구조와 인간 이동과 관련된 대규모 현실 데이터를 활용한 전염병 확산 시뮬레이션 모형이 없었다. 현실성이 많이 부족한 수학적 모형이라는 한계, 추상적인 공간에서의 확산이라는 한계, 인구 센서스라는 조사 데이터만을 활용했다는 한계, 특정 지역을 한정하였다는 한계 등 여러 제한된 수준에서의 모형만이 존재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감염병 확산 시뮬레이션 모형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이하 ‘수리연’)는 CEVI 융합연구단 사업에 참여하여 전염병의 확산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형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CEVI 융합연구단 사업은 수리연을 포함하여 9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함께 신종 바이러스 감염 대응 융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전염병에 대한 신속한 진단이 가능한 기술 개발, 치료제 개발,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 그리고 확산을 사전에 인지하고 억제하여 방지하는 기술 개발이라는 넓은 연구 범위를 갖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수리연은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기술의 하나로 읍면동 수준의 공간 해상도를 갖는 남/녀 5세별로 구분되는 각 인구 그룹의 이동 특성이 반영된 전국 범위의 감염병 확산 시뮬레이션 모형을 개발했다. 그 결과로 우리도 실용적인 활용성이 강조된 전염병 확산 시뮬레이션 모형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개발한 모형이 세계적인 모형들과 비교되는 가장 중요한 차별성은 대규모 이동 통신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간 이동의 특성을 적용한 부분이다.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핸드폰은 자신을 관리하는 근처의 기지국과 일정한 주기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때마다 그 핸드폰의 위치가 신호를 주고받은 기지국의 위치 기준으로 파악이 된다. 각 사람마다 낮 시간동안에는 주로 어느 지역에서 상주하며 활동하는지, 밤 시간동안에는 주로 어느 지역에서 상주하며 활동하는지가 파악될 수 있다. 우리는 국내 이동 통신사의 도움으로 남/녀 5세별로 구분되는 각 인구 그룹별로 주간 상주 지역과 야간 상주 지역 간 이동 패턴을 확보했다. 어떤 특정 지역에 밤 시간 동안 주로 상주했던 특정 연령대의 인구 집단이 낮 시간 동안에는 각각 다른 어떤 지역으로 흩어져 이동해 상주하다 돌아오는 지를 알려주는 데이터이다. 상주 지역은 읍면동의 행정구역 단위의 해상도를 갖는다. 우리는 이러한 인간 이동 패턴을 요일별로, 월별로 구분하여 확보했다. 이로써 요일별로 계절별로 구분되는 인간 이동 특성이 적용된 모형을 개발할 수 있었다. 연령별로도 시간별로도 이렇게 자세하게 구분되는 인간 이동 패턴이 활용된 전염병 확산 시뮬레이션 모형은 없었다. 이 성과물이 국내 전염병의 확산 연구에 그리고 보건 당국의 정책 설계 등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림2] 전염병 확산 시뮬레이션 모형의 실행 결과를 지도위에 표출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