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2

보다 더 쾌적하고 편안한 지하철 이용, 산업수학과 함께 길을 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 서울교통공사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의 융·복합 기술과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그 근간인 ‘수학’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 기업과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수학적 이론과 분석방법으로 풀어내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산업수학’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흐름 속에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지난 2016년 산업수학혁신센터(Innovation Center for Industrial Mathematics; ICIM)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산업수학 활성화와 산업수학 허브 조성을 주도하기 위함이다. 이 꼭지에서는 산업수학을 통한 문제해결 사례를 담아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산업수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글 편집부 / 사진 산업수학혁신센터 제공

시스템의 고도화, 정밀화를 가능하게 하는 산업수학의 힘

오늘 이야기 할 사례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서울교통공사가 함께 해결한 산업문제인 ‘지하철 공조기(송풍기) 모터의 고장 감지 알고리즘 개발’에 대한 내용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1~8호선, 9호선 2·3단계(총 282개 역, 304.6km) 운영기관이다. 지하철 운영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승객의 편안하고 쾌적한 지하철 이용이다. 따라서 열차 운행, 승객의 안전과 편의 제공을 위한 지하철 내 기계설비(공조, 배수, 냉방, 소방, 승강 등)를 유지․관리하는 부서인 서울교통공사 기계처는, 더 효율적인 기계설비 유지관리 방법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의 일환이 기계설비 자동제어 분석 시스템인 ‘SAMBA’다. 이는 지하철 역사에 설치돼 있는 다양한 기계설비의 자동 모니터링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IoT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되었고, 2015년부터 운영 중이다.

“기존 SAMBA의 알고리즘은 IoT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한 데이터가 정상 기준값을 벗어나면 이상징후로 판단하는 방식(Threshold)으로 운용되었는데요. 이 시스템의 단점은 정밀도였습니다. 운용환경이 각기 다른 장비에 하나의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다보니 정밀도가 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문제해결을 의뢰했고 성공적인 공동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서울교통공사 기계처 이영대 차장)”

서울교통공사 기계처는 다양한 지하철 역사 기계설비 중에서 환기설비에 대한 효율적인 제어와 유지·관리 고도화에 집중했다. 환기설비는 역사의 냉방과 환기 등 내부 공기를 책임진다. 하지만 장비 노후로 최근 3년간 고장 횟수가 증가하고 많은 유지·관리 비용이 투입됐다. 또한 최근 미세먼지 농도 증가로 역사 공기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시스템 고도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서 한층 더 고도화된 시스템을 완성하는 일, 산업수학이 견고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

한 마음으로 서로의 분야에 대해서 공부했던 시간

‘지하철 공조기(송풍기) 모터의 고장 감지 알고리즘 개발’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됐다. 송풍기는 동력원인 모터와 바람을 일으키는 임펠러가 V벨트로 연결되어 모터가 회전하면 임펠러의 회전에 의해 공기가 이동하는 원리다. 송풍기의 주요 고장 부품은 V벨트(두 개의 축 사이에서 회전력 전달), 베어링(모터 축과 송풍기 축의 회전을 원활하게 함)이다. 이 두 부품의 현재 상태(교체 필요 여부)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문제가 1차적인 목표였다.

“역사 내 송풍기는 스케줄에 의해 자동으로 on/off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주요 부품의 이상을 감지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서 검사 구간(시간)을 정해야 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기계처 관계자분들의 산업지식을 바탕으로 부품의 이상은 송풍기 모터가 작동하는 시점과 관련돼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송풍기 작동 시점을 기준으로 앞, 뒤 일정 구간을 검사 구간으로 정해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이때 ‘시계열 데이터 동기화 기법’이라는 수학이론이 활용되었습니다.(국가수리과학연구소 김민중 선임연구원)”

2차적인 목표는 다양한 송풍기에 적용할 수 있는 ‘부품 이상 감지 One stop 모델 개발’이다.

“V벨트와 베어링은 사용 기한이 2년 정도입니다. 기존에 부품을 교체한 장비에 대해서 교체 직전은 ‘좋지 않은 상태’, 교체 직후는 ‘제일 좋은 상태’로 가정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송풍기 주요 부품에 대해서 좋은 상태와 좋지 않은 상태를 분류하는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개발된 상태 분류 모델을 4개의 송풍기로 사전 검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교통공사에서 운용하는 8,000대의 송풍기에 동일한 모델이 적용가능한 자동 모델을 생성했다. 이로써 SAMBA 시스템, 특히 송풍기 모터 고장 감지 정확도를 매우 향상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이 공동연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두 기관이 아주 견고하게 협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 또한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문제해결을 위해 저희가 서울교통공사 기계처에 데이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회신 받은 데이터가 저희가 생각하는 데이터가 아니었어요. 서로의 분야에 대해서 잘 몰랐던 터라 벌어진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서울교통공사 기계처를 방문해 그 분야에 대한 산업지식을 배워가며 연구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기계처 관계자들 또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한 마음으로 서로의 분야에 대해 배워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두 기관의 노력, 고객 불편의 최소화로 이어지다

“이번 공동개발로 환기설비와 배수펌프 설비의 고장·이상을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장비의 수명이 늘어나고 유지·관리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것입니다. 또한 고장으로 인한 장비의 정지시간을 최소화하는 데에도 일조해 가동률이 증가할 것입니다. 이는 승객의 만족도,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승객이 지하철을 이용함에 있어 더없이 쾌적하고 안심될 것입니다.
(서울교통공사 기계처 이영대 차장)”


두 기관의 공동개발이 특히 의미 있는 것은 산업수학의 새로운 가치를 열었기 때문이다. 산업수학의 힘은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공공의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 기관의 협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을 GPU 서버에 장착해 송풍기 이상 여부를 판단하고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로써 송풍기 수명 예측이 가능해 가동률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국가수리과학연구소 김민중 선임연구원)”

아직까지 산업수학의 문제해결 능력을 알지 못하는 기업과 기관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수학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해 역사가 길다. 비록
우리나라 산업수학의 나이는 어리지만 그 힘과 잠재력은 공고하다. 기업과 기관 등에서 풀지 못한 난제가 있다면 산업수학의 문을 두드려보는 게 어떨까? 수학은 생각보다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