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패턴과 구조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수학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미국 국립수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Math, 이하 MoMath)이 추구하는 바이다.
매디슨 스퀘어 공원 건너편에 위치한 MoMath는 미국 유일의 수학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다. 롱 아일랜드에 위치했던 작은 수학박물관인 Goudreau 박물관이 운영의 어려움으로 폐관을 하자 추진되어 여러 단체와 개인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지금의 모습으로 2012년 12월 15일 개관하게 되었다.
▲그림 MoMath 현관
간판의 MATH라는 글씨를 보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와 전시물들을 감상한다면 마치 현대 미술작품들을 감상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입구 왼쪽 벽에는 금속 막대기들이 어떤 규칙에 따라 물결치고 있고, 중앙에는 빨간색 노란색의 끈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원기둥의 형태로 묶여 있는 중간에 의자가 놓여 있으며, 왼쪽 벽면에는 50여개의 금속판 조각 작품이 조명 아래 반짝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림 Hyper Hyperboloid(왼쪽), Dynamic Wall(오른쪽 위), Light Grooves(오른쪽 아래)
물론, 입구 손잡이는 수학기호 파이(Pi, π) 모양으로 되어 있고, 승강기를 타고 버튼을 누르려고 보니 1층과 지하 1층이 0과 –1로 표시되어 있어 이곳이 수학을 이야기 하는 곳이라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그림 MoMath 현관 파이모양 손잡이와 0과 –1로 표시된 승강기 층 수 표시
입구를 들어오면 오른쪽에 입장권을 살 수 있는 기계가 보이는데 플라스틱 명찰이 나오고 집게로 옷에 달고 다니다가 나갈 때 투명함에 반납하면 된다. 마지막까지 즐겁게 투명함 안쪽 작은 상자 안에 떨어뜨리면 MoMath 티셔츠를 상품으로 준다. 반납률이 상당히 높은 것 같다. 어쩐지 입장료를 지불하고 받은 명찰이 상당히 낡아있더라니 말이다.
▲그림 박물관 입구. 왼쪽에는 입장권을 살 수 있는 기계, 오른쪽은 Dynamic Wall.
▲그림 현수막과 설명을 위한 터치스크린
박물관 곳곳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그 아래쪽으로는 터치스크린이 있는데 현수막 주변에 있는 전시물에 관한 설명과 체험방법, 그와 관련한 수학 이론, 실생활의 예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주변에 있는 노란색 옷을 입을 직원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0층의 한가운데에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사각형 바퀴의 자전거(Square-Wheeled Trike)를 타고 있다. 바닥을 보니 울퉁불퉁하다. 평평한 바닥이라면 당연히 사각형의 바퀴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데 굉장히 힘이 들 것이다. 하지만 사각형의 무게 중심이 같은 높이를 유지하도록 바닥에 닿는 지점을 계산하여 그린 현수선(catenary) 위에서 자전거를 탄다면 부드럽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에 설치된 트랙은 원형으로 커다란 사각형의 바퀴를 가진 자전거는 원의 바깥쪽에, 작은 바퀴를 가진 자전거는 안쪽에 위치한 이유는 이와 같다. 또한 한 자전거에서도 원의 바깥쪽에 있는 사각형 바퀴가 안쪽에 있는 사각형 바퀴보다 큰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는 주변에 있는 터치스크린을 통하여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원형, 사각형이 아닌 둥근 별모양일 경우는 어떤 모양의 트랙이 필요한지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수선의 예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이 없는 틈을 타서 직접 자전거를 타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림 Square-Wheeled Trike
▲그림 Square-Wheeled Trike의 수학적 원리와 실생활의 예를 보여주는 터치스크린
String Product는 0층과 –1층에 걸쳐 전시되어 있는 전시물이다. 마치 우주선에 선이 얽혀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부에는 DNA 나선구조 같기도 하다. 0층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선과 점에 여러 가지 색의 불이 들어오며 예쁘다. 이는 포물선 $y=x²$ 위에서$a, b>0$에 대해 $(a, a²)$과 $(-b, b²)$을 잇는 선의 y축과의 교점이 $ab$가 된다는 수학을 보여주는 전시물이다. 포물면(paraboloid) 위에서 $z=0, 1, 2,…, 10$에 대하여 임의의 두 점을 잇는 직선과 z축과의 교점이 선택된 두 점의 z좌표의 곱이 되고, 이러한 줄들을 아름답게 배열해 놓은 작품이다. 직접 찍은 사진이 아름다움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MoMath 홈페이지(http://momath.org)의 갤러리에서 사진 한 장 가져왔다.
▲그림 String Product. (오른쪽 사진 출처: MoMath 홈페이지 갤러리)
평일 오후 시간 내내 박물관을 구경하다 보니,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과 선생님과 함께 온 반 아이들이다. 여학생들이 무리지어 즐겁게 웃고 있어 살펴보니 스크린에 비치는 자신 모습으로 만든 나무(Human Tree)다. 작은 터치스크린에서 꽃, 낙엽, 푸른 잎 중에서 배경을 선택하고 화면을 향해 서서 팔을 벌리면 자신의 모습으로 프랙탈(Fractal) 나무를 만들어 화면에 보여준다. 팔 끝에 다시 자신의 모습이 점점 작게 붙어 프랙탈을 만드는 것이라 팔을 넓게 벌릴수록 옆으로 커다란 나무가 만들어지며 팔을 머리 위쪽으로 뻗을수록 옆으로 좁고 기다란 나무 모양이 만들어진다. 여학생들이 팔을 움직이니 춤추는 나무가 스크린에 나온다. 마지막에는 사진을 찍어 자신의 전자 우편으로 전송한다. 프랙탈은 아마 수학시간에 들어봤을 법 한데 내 모습으로 보니 더욱 즐거운 듯하다.
▲그림 Human Tree
▲그림 PolyPaint(왼쪽), Coster Rollers(오른쪽 위), M-209 암호 해독기(오른쪽 아래)
대부분의 전시물은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는 것이다. 군론(group theory)의 17개의 벽지 군(wallpaper group or plane symmetry group)을 이용하여 전자 캔버스에 팔레트에 있는 페인트 통에서 색을 고를 붓으로 그려 벽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PolyPaint, 구(sphere)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하지만 아무리 굴려도 같은 높이를 갖도록 만들어진 입체구조물 위로 서핑 할 수 있는 Coaster Rollers, 사이클로이드(cycloid) 곡선을 탐구하도록 공 빨리 굴러 내려가기 경쟁을 할 수 있는 Tracks of Galileo, 제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쓰인 M-209 암호 해독기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퍼즐을 즐길 수 있는 Time Tables와 Enigma Cafe 등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 같기도 하다.
또한, 분수의 원리로 박자를 정하고 프랙탈과 비슷한 구조 안에 들어 있는 생활 속 소리를 골라 직접 디제잉을 해볼 수도 있으며 (Rhythms of Life) 색색의 구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구조물에서 화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Harmony of the Spheres). 음악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박물관이다.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에서 수학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자연스레 그 안에 스며들어 있는 수학적 원리와 사고를 터득할 수도, 조금의 관심을 더하면 뒷받침하고 있는 깊은 수학까지도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과학박물관은 많이 있지만 수학만을 위한 박물관은 없고 그나마 과학관 안에 있던 수학전시관 마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도 MoMath 같은 수학박물관이 세워지고 MoMath처럼 수학적으로 잘 교육된 정규직원들이 방문자들에게 체계적인 설명을 해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MoMath (http://momath.org/)
뉴욕 주 맨해튼 11 East 26th Street,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추수감사절만 제외한 364일.
수학원리응용센터 ㅣ 수학을 발견하고 즐기는 MoM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