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MS Research 2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해수면 상승, 수학으로 예측력 높인다

AI 기반 해수면 상승으로 기인한
한반도 환경변화 예측력 제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파가 우리의 일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 우리는 이제 아주 빈번하게 기상이변 현상을 경험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남긴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 또한 이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록적인 폭염, 집중호우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도 심각한 문제다. 이는 인류의 삶터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저지대 도시의 수몰, 태풍이나 해일과 같은 재난 발생 시 피해 지역 확장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위험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3년여 전부터 이 문제를 수학으로 풀어내기 위해 ‘AI 기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환경변화 예측력 제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산업수학기반연구부 공공문제연구팀 김영진 연구원

해수면 상승, 우리의 삶터를 위협한다

몰디브, 투발루, 키리바시 등 남태평양광 인도양의 저지대 국가가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투발루는 9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1999년 두 섬이 가라앉았다. 최근에는 폐국 선언을 하고 주변 국가에 이민을 요청해 이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잘 알 수 있다. 세계은행(WB)이 발간한 보고서(2018.03.19.)에 따르면 2050년에 기후문제로 인한 난민이 1억 4,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투발루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된 것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최근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는 우리나라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근거, 영향 및 적응 등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내용이 담겼다. 그중에서 해수면 상승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연안 해수면이 지난 29년(1989~2017년) 동안 연간 2.9mm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2.6배 빠른 수치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공공문제연구팀은 3년여 전부터 ‘AI 기반 해수면 상승으로 기인한 한반도 환경변화 예측력 제고’를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들의 목표는 한반도 해수면 상승 예측 프로그램의 예측력을 높여 극지역 해빙이 한반도 해수면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그로 인한 재해 및 재난 예측과 대비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공문제연구팀의 올해 연구 목표는 한반도 지역별 해수면 상승 예측 수치산출과 이와 관련된 연안 지역의 도로 피해를 파악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조차, 더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

한반도의 해수면 상승률은 매년 말 해양조사원에서 발표하는 보고서를 통해 산출되는데, 선형회귀를 통해 시계열을 분석하는 것이 보통이다. 공공문제연구팀은 조위(기준면에서 해면을 측정했을 때의 높이) 데이터를 분석해 국소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해수면 상승률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고자 경험적 모드 분해(EMD, Empirical Mode Decomposition) 기반의 CEEMDAN(Complete Ensemble Mode Decomposition with Adaptive Noise)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EMD는 다양한 신호가 섞인 원신호를 경험적인(정확하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 방법으로 각 신호(mode)로 분해(decompose)하는 것이다. CEEMDAN은 EMD 기반의 발전된 방법론 중 하나다. CEEMDAN은 특히, 원신호에 섞여있는 잡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주기적 신호들을 분리해내어 원신호가 가지는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

매년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F)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에 따른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률을 예측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 지구적인 모델링은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좁고 복잡한 지형에서의 해수면 상승률의 국소적 차이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한반도는 좁고 복잡한 지형을 가졌다. 그래서 조차(밀물과 썰물 때의 수위 차) 또한 크다. 서해에서는 최대 9m, 동해에서는 최소 0.2m의 조차를 보인다. 특히 서해의 조차가 큰 이유는 동중국해에서 발생하는 조석이 전파되기 때문이다. 수심이 깊은 동중국해의 조석은 조차가 작고 빠르다. 하지만 수심이 얕은 서해로 들어오면서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조차가 큰 조석 현상이 발생한다. 공공문제연구팀은 한반도의 특수한 환경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한반도 연안 지역의 조위 데이터를 사용해 선형회귀와 EMD를 통한 해수면 상승 추세분석 결과를 비교하여 차이점을 확인한다. 또한 국소적인 해수면 상승률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변동성 분석, 상관관계 분석 등을 수행한다.

수학으로 예측력 높여 철저하게 대비하자

공공문제연구팀은 해당 연구를 해수면 상승으로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연구로도 발전시키고 있다. 침수나 지진 등의 재해로 인해 도로 기능이 마비되었을 때, 교통 흐름의 변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교통량 변화를 계산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 중이다.

전국 범위의 교통량 변화를 계산하기 위해 현실 도로의 수치 정보를 담고 있는 표준노드링크 데이터로부터 특정 규모 단위의 구역간 연결성을 정의해 거시적 규모의 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때 두 가지 방법으로 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는데, 첫 번째는 전국의 면적을 특정한 길이 규모의 격자로 나누어 격자 간 연결성을 정의했다. 두 번째는 시군구 행정구역 사이의 연결성을 정의했다.

네트워크에서 노드의 중요성을 측정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매개 중심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모든 조합의 노드 사이에 동일한 흐름이 발생했을 때, 어떠한 노드로 그 흐름이 모이는지 측정하는 방법이다. 교통의 관점에서 보면 차량이 많이 몰리는 노드, 즉 격자나 시군구 단위로 구분된 구역을 찾아내 교통량을 분석할 수 있다.

해당 연구가 잘 마무리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그로 인한 2차 피해를 예측해 철저히 대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변동성 증가로 해안 도시에서 해일 등 재난이 일어났을 때 도로망 침수, 하수도 역류, 도로 기능 마비 시 교통 흐름 예측 등을 하는 것이다. 이는 해수면 상승에 특히 취약한 지역에서 정책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최근 우리는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를 겪으며 기상이변이 더는 남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아 기후난민이 될 가능성 또한 고개를 들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방법을 찾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대비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공공문제연구팀의 연구가 앞으로 그 길을 앞서 걸을 것이다.